한국화가 허달재 "한국화의 부활을 꿈꾼다"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7-09-04 17:52     조회 : 11915     한국화가 허달재 "한국화의 부활을 꿈꾼다" 남종화의 추상적 요소 현대와 접목시켜 바탕에 홍차물 들이고 금분발라 치장도 ◇매화 제주도에는 주말에만 문을 여는 화랑이 있다. 서귀포시 상천리에 자리 잡은 핀크스골프장과 맞닿아 있는 별장주택 휴양지 ‘비오토피아’에 서울의 박여숙화랑이 최근 주말화랑을 열었다. ‘박여숙 화랑―제주’로 이름을 붙인 화랑은 주말에만 컬렉터들을 대상으로 문을 연다. 전시장도 일반 주택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반 주거공간에 그림을 배치해 그림소비자들이 자신의 생활공간에 맞는 그림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곳에서 오는 10월28일까지 한국화가 허달재(55) 개인전이 열린다. 지난 1일 전시 개막일엔 서울에서 컬렉터 30여명이 몰려왔다. 의재 허백련의 장손자인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담묵으로 그린 포도, 빨간 꽃의 화려한 매화 등을 다뤘다. ◇침대 머리맡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허달재 작가. 생활공간을 전시장으로 꾸며 친근감을 주고 있다. 주말화랑에서 열리는 허달재 개인전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동안 아파트문화로 바뀌면서 홀대받았던 한국화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다. 작가는 한국화가 현대 생활공간에 어울리도록 그림 바탕색은 물론 전통 병풍 그림마저도 벽에 붙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림의 형태도 요즘 주거공간에 맞도록 다양한 사이즈로 변형시켰다. “한국화의 부활을 선언하고 싶습니다.” 허 화백은 남종 문인화의 모던한 요소를 오늘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추상적 요소와 필력에서 나오는 기운생동은 현대회화의 샘물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한국화의 소외는 그동안 우리 음악과 서예 등을 유치원 교육에서부터 배제시킨 결과입니다. 젊은 작가들이 한국화 배우기를 어려워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는 지·필·묵이 낡은 재료라는 인식에 반대한다. 문제는 지·필·묵에 시대정신을 충실히 담지 못했던 것에 있었던 것이다. “운필의 기운생동하는 맛으로 관람객과 소통을 하고자 합니다.” 그는 자동차나 비행기를 그린다고 현대회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허 화백은 바탕색을 홍차물로 물을 들이거나 금분을 발라 치장을 하기도 한다. “북종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잇고 있는 것이지요. 운필은 남종화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는 요즘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화면을 분할하거나 전통화의 소재인 난초 대나무 등을 더 단순화해 붓질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내려 하고 있다. “화석화된 4군자의 정신에 이 시대의 생명을 불어넣고 싶은 충동에서 비롯된 작업입니다.” 그는 1970년대∼80년대 초엔 전시 한 번 하면 집 한채를 살 정도로 한국화가 각광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요즘 들어 다시 그의 그림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년 만에 다시 그림을 팔아보는 것이다. 해외 아트페어에서도 반응이 좋다. 11월에 있을 뉴욕 아시아 아트페어에도 출품한다. 그는 칠하는 그림이 아닌 쓰는 그림, 즉 선이 산 그림을 고집한다. “전통과 변화가 조화를 이루며 같이 존재해야 진정한 발전이 있습니다. 한국화의 힘도 거기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