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서 영감 얻는 화가 사석원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8-01-16 12:22     조회 : 13310     여행은 내 작업의 원천”>>낯선 곳서 영감 얻는 화가 사석원 ◇방배동 작업실에서 산수화 작업에 한창인 사석원씨. 물감 재료들이 널브러져 있는 작업실 바닥은 흡사 아이들이 막 놀고 간 자리 같다. 주말 오후 서울 방배동 사석원(48)씨 작업실. 난로 하나로 한기를 쫓으며 사석원씨가 캔버스와 씨름한다. 작업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물감 튜브 등은 또 하나의 설치작품을 보는 듯하다. 최근 그는 새로운 작업 모색 공간으로 기존 작업실 아래층에 별도의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쌓여 있는 흑판 위 백묵 드로잉 흔적들이 언뜻 눈에 들어온다. 분명 전혀 다른 작업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무어라 말할 단계는 못됩니다. 형성 과정에 있다고나 할까요.” 그는 지난해 두 번의 큰 전시를 끝내고 홀연 아프리카로 떠났다. 늘 그랬던 것처럼 여행에서 작업 에너지를 재충전하곤 했다. 3주간을 케냐와 탄자니아에 머물렀다. 이전엔 쿠바에서 한 달 가까이 지낸 적도 있다. “익숙한 것을 잠시 잊는 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요. 낮선 곳의 느낌도 좋고요.” 그에게서 여행은 비워내고 새로운 것을 채우는 작업이다. 화가들은 어쩌면 ‘모국어의 습관’에 가장 젖어 있는 이들이기에 더욱 절실할 수도 있다.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그는 여행만큼 시간과 돈을 잘 쓰는 방법을 아직은 모른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그는 아프리카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에서 야생동물의 고뇌를 보았다.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동물들이 중원의 무사처럼 24시간 긴장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고뇌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지요.” 낮선 곳에서 만난 동물들은 야생성(생명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콩고 쿠바족이 야자나무 껍질로 만든 섬유인 타피(Tapi)를 많이 가져왔다. 작업 재료로 연구하고 활용할 작정이란다. 사석원씨는 대학 시절부터 일본 배낭여행을 즐겼다. 적은 경비로 서양의 명화들을 보기위해서다. “한국과 달리 일본의 국공립이나 사립 미술관들엔 괜찮은 서양 유화 작품들이 많이 소장돼 있습니다.” 뭉크전 등 서양의 유명 미술관 소장품의 일본 전시도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동양화의 현대적 모색을 한국보다 먼저 고뇌했던 흔적들을 일본 작가 작품에서 눈여겨봤다. “서구 미술을 자기화하려는 일본 작가들의 노력은 제 그림공부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제 작업에 참고가 된 셈이지요.” 색채 갈급증은 서양화 재료로 풀었다. “비로소 사람과 풍경 등에 더 강렬한 색깔을 쓸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동물들은 형태 왜곡이나 단순화, 과장 등을 통해 더 용이하게 색을 쓸 수 있었지요.” 그는 이젠 자신의 작품에 대해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됐다고 말한다. “고흐 등 인상파의 색채에도 영향을 준 18세기 일본의 유명한 판화가 호쿠사이는 쉰 살 이전의 그림은 그림이 아니라고 했어요. 저도 이젠 작품에 대해 책임져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올해엔 런던과 뉴욕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시간을 두고 연습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해 국내 전시 일정은 아직 잡지 않았습니다.” 가급적 올해엔 국내 전시를 쉴 생각이다. 평면작업을 확대한 조형작품 전시만 고려 중이다. 그는 평소 평면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조형작업을 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다시 평면작업에 옯기기도 한다. 상호 보완적인 작업인 것이다. 그에게 꿈이 하나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로서 제대로 된 산수화를 그려보는 것이다. “많은 고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뭘 모르고 그린 것 같아요.” 요즘 작업실에서 한창 작업 중인 작품도 산수화다. 그는 주로 황혼 이후 집중력이 높아져 새벽녘까지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 종일 작업실에서 어슬렁거리며 놀고 있지요.” 그에겐 놀이와 일의 경계가 모호하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