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 한국화의 멋스런 진화

산수화 고집하는 문봉선씨 개인전

서울 마포 홍익대 앞 건물 2층에서 작업하는 중견 한국화가 문봉선씨(홍익대 교수 · 50)는 '한국화의 힘'을 새롭게 모색하는 작가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갖는 문씨의 개인전(5월6~16일)은 한국화 기법의 무한도전을 보여주는 자리다.

"한국화에도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미니멀리즘 요소를 갖춘 먹의 함축적 에너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구요. "


한국화가 문봉선씨의 '松4'.소나무를 스치는 바람을 극적으로 잡아내 자연의 기운을 묘사했다.


40년 동안 서예 작업을 병행해온 문씨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아크릴 물감을 쓰기도 했으나 이내 '순수 묵(墨)'의 세계로 돌아왔다.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도 먹의 농담과 여백으로 그리는 수묵화 작업만이 한국화의 맥을 이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7년에는 섬진강 굽이굽이 돌아가는 물길과 풍경을 폭 90㎝,길이 22m의 대형 그림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제13회 선미술상 수상 작가인 문씨의 이번 전시회 주제는 '동정지간(動靜之間)-비어있는(空) 풍경,또는 차있는(滿) 풍경'.먹빛의 진함과 연함,붓질의 멈춤과 이어짐,화면의 채워짐과 비워짐으로 탄생한 근작 30여점이 걸린다. 그동안 '보이는 산수(실경산수)' 작업에서 다소 벗어나 소나무,산,강,대지 등에서 바람을 통해 '기운'을 잡아내는 '보이지 않는 산수(실경 추상)' 작품들이다. 흥청거리는 '바깥(현대 사회)'과는 대조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 묵향이 가득한 전통 운필의 기개와 청량감을 맛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시장 벽면에는 숨을 멈추며 그려냈을 법한 강,대지,소나무,안개 그림들이 나란히 걸려있다. 대형 화폭마다 호방하면서 절제된 필치가 꿈틀거린다. 그의 '송(松)'시리즈는 노송 사이로 쏜살같이 달아나는 바람을 드라마틱하게 잡아낸 작품이다. 하늘을 여백으로 남겨 놓은 뒤 뒷산에 우뚝 서 있는 소나무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가 수묵적인 기법과 표현을 현대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느껴진다.

그는 "화면에 많은 것을 그려넣기보다 덜 그리는 것이 더 어렵다"며 "전통 수묵의 정신을 잘 이어가면서 우리의 고전에서 정신적인 맥을 찾아내 그것을 계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02)734-0458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