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IM HYO ▒▒
 
 
   
  닥종이에 스민 푸근한 그리움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8-06-05 16:53     조회 : 4651    
닥종이에 스민 푸근한 그리움

[ART -임효 작품전-인사동 선화랑]



▶임효 작품전-인사동 선갤러리


푸근함과 넉넉함이 담긴 한국적 회화작업을 통해 현대인들이 각박한 일상 속에서 갈구하는 '우리다움에 대한 그리움'을 선사해온 임효 작가가 개인전을 연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시대 흐름과 걸맞는 재료실험과 형상연구를 통해 이 시대 거의 자취를 감춘 '여유로움'를 환기시키는 회화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부단한 한지작업과 조형실험을 통해 한국적 미감의 오묘함을 펼쳐보여온 작가 임효(53)가 작품전을 마련했다. 지난 28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막된 이번 개인전의 부제는 '채움과 비움'. 꽉 채운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허허롭게 비움으로써 여유와 충만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회화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임효의 회화는 작가가 닥나무를 일일이 매만져 만든 두터운 수제종이에서 출발한다. 그의 수제한지는 매끈한 화선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텁텁함과 투박함이 텅 빈 여백까지도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무언가 있음직한' 잠재적 공간으로 읽히게 한다.


그리곤 천연염료로 수제한지를 염색하고 먹과 석채로 매화, 달, 소나무, 연꽃, 정자, 복숭아 따위를 속도감있게 그려넣는다. 큰 붓으로 툭툭 건드린 듯 투박하고 단조로운 형태들은 따뜻한 정취와 순발력 넘치는 휴머니티를 전해준다. 또 다양한 벽화 이미지와 사각형, 곡선의 띠 같은 추상적 형태가 대담하게 곁들여지고, 옻칠이 더해지면 전통적 유연함이 살아있는 작품이 완성된다.


이렇듯 작가는 늘 '우리다운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한다'는 명제를 가슴에 품고 작업한다. 그 결과 무기교의 미학과 선의 아우라가 넓은 화폭에 자유롭게 펼쳐진다.


최근들어 임효의 그림은 좀 달라지고 있다. 우선 종래의 은유성 짙은 수묵담채의 화면에서 벗어나 강렬한 원색이 많이 구사되고 있다. 다양한 추상적 구성이나 패턴도 빈번하게 출몰한다. 예의 선승(禪僧)시리즈 외에도 매화, 정원 등의 작업이 고루 시도되고 있다.



특히 모노크롬의 단조로운 화면구성이 돋보이는 추상적 작업들이 눈에 띈다. 닫힌 의미로서의 재현 이미지, 열린 의미로서의 추상 이미지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분류가 작가에겐 그리 큰 의미가 없다. 단지 그것들이 서로 연속되고, 상호작용하면서 비움과 채움의 변증적 순환을 모토로 한 미학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감각적인 먹의 번짐, 자유롭게 낙서한 듯한 선, 질서 또는 무질서하게 배치된 추상적 형태들이 조화롭게 구성된 작품들은 관람객의 발길을 오래 붙든다. 사각의 형상들은 당당한 절제미를 보여주고, 먹이 스르르 번져가는 미묘한 터치들은 화면에 신비한 공기를 불어넣어준다. 무엇보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생성되고, 상생하며, 소멸하는 자연의 변화와 삼라만상의 조화로움이 '채움과 비움의 경계인 공(空)'에 대한 작가의 정서 속에 잘 녹아 있다.

미술평론가 이재언 씨는 "임효는 무기교의 미학과 선(禪)의 아우라를 폭넓게 추구하는 독특한 화풍의 소유자로, 삼라만상이 서로 대립하면서도 상호 순환한다는 세계관이 작품에 잘 녹아 있다"고 평했다.
전시는 6월13일까지. 02)734-0458

헤럴드경제 2008.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