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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화랑- 생성과 상생(2004.4.6)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6-01-23 09:42     조회 : 2213    
[작가&작품―임효 ‘생성과 상생’展] 자연과 ‘시간의 에너지’만남

[파이낸셜뉴스 2004-04-06 19:27]

한지를 직접 만들고 천연염색을 하는 작가 임효씨(49)는 설악산, 치악산 등 자연을 화폭에 담다가 신화적인 요소와 태양, 달, 새, 꽃, 탑 등으로 소재를 확장했다.

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갖는 그의 개인전 ‘생성과 상생’전에서 보여주는 작품은 62점.

황토빛 바탕에 그려진 선들과 낙서 같은 벽화 느낌은 마치 동굴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근작의 특징은 ‘우리의 색’을 찾아낸 것이다. 여기에 사용한 것이 바로 ‘옻’이다. 게다가 전통색인 오방색이 어우러지며 은은한 빛깔이 화폭을 감쌌다. 치자 등 자연열매의 염색도 자연스레 배어나왔다.

“이 세상의 모든 신화가 만들어진 것은 인류사를 생성하기 위해 쓰인 상생의 이야기듯이, 서로를 못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잘 살게 하며 이를 교훈으로 삼아 좀더 나은 세계, 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2001년 겨울, 작가는 인도로 여행을 갔다. 사막에 위치한 회벽으로 만든 성을 찾았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수많은 방에는 관광객들의 낙서가 가득 찼다. 수십년간 계속된 낙서는 희미하게 빛바랜 위에 새로운 것이 덧칠해져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수십년간 해온 낙서를 보며 그 속에서 ‘시간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연은 세월의 흔적에 따라 소멸되지만 인간은 그것을 보존하려고 노력합니다.”

근작에서 들기름과 ‘옻’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작품을 시작하기 위해서 일단 50겹의 한지를 각기 모양이 다른 20개의 망치로 두들겨 다듬이질한다. 통통 북소리가 날 만큼 두꺼운 한지 위에 망치의 질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여기에 한가마니나 되는 들깨를 짠 기름을 한지 위에 바르고 그 위에 콩댐을 한다.

이러한 도장작업은 마치 옛날 한옥의 장판을 만드는 과정을 연상케 한다. 이는 작품이 좀더 오래 보존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이러한 전통적인 작업은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연기(延期)시키고자 한 작업의 일환이다.

여기에 옻을 덧칠하는 것으로 작업이 마무리된다.3년 동안 옻과 씨름한 덕에 옻이 옮아 1주일이 멀다 하고 주사를 맞아야 했고 약도 계속 복용해야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에는 벽화의 낙서를 연상케 하는 ‘2003 임효’ 또는 ‘2004 임효’라는 글씨가 숨겨져 있다. 3이라는 숫자는 아름다운 여체의 뒷모습 속에 숨어있기도 하다.

“내 작품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작가는 “먹의 은은한 번짐효과에 옻칠의 화려함이 만나는 정겨운 한지작업”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 세월의 흐름이 묻어나면 또 다른 생성의 느낌을 만날 것이다. (02)734-0458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