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업 30년 임효, '청년작가'를 벗다>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12-02-23 19:08     조회 : 6455     <화업 30년 임효, '청년작가'를 벗다> <사진설명 = 교감, 113x73cm, 수제한지+옻칠+석채, 2010.> 2009년 추운 겨울 독일 함부르크에서 1시간 반가량 떨어진 메클렌부르크주 바드 도버란의 한 호텔 레스토랑. 매일 아침 이곳에서 홀로 식사하는 동양 남성을 안쓰럽게 여긴 호텔 안주인은 매일 그의 테이블에 서양란 한 송이가 담긴 화병을 올려놓았다. 말이 통하지는 않았지만 낯선 땅에서 고독과 싸우던 작가 임효(57)에게 안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 꽃은 그의 작품 '교감'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됐다. 작가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난에 집중하고자 그림에서 화병을 치웠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따뜻한 마음이 담긴 꽃을 뜻하는 '심화'다. 독일의 추운 겨울과 고독을 견뎌내며 석 달간 홀로 지낸 이 시기에 그의 작업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모든 것을 걷어내고 저의 내면으로 들어가니 비로소 본체를 보는 것 같았어요. 그런 마음으로 작업하니 하늘을 많이 그리게 됐고요. 하늘은 모두와 공유하고 똑같이 나눠쓰는 것이지 않습니까." 독일에서 시작된 교감과 내면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하늘' '연기' 시리즈 등으로 이어졌고 형상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고독을 담아내려니 작업도 추상으로 옮겨갔다. 손수 만든 수제 한지를 사용한 작업을 선보이던 그는 작품에 옻칠하기 시작했다. 옻칠을 올리면서 배경은 대체로 어두워졌지만, 오히려 '우주의 색'이 나와 만족스럽다고 한다. 그는 2010년 이후 올해까지 만든 신작 60여 점을 모아 오는 3월6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인전 '자연과 생명'을 연다. '임효의 화업 30년- 그림 속에 놀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는 '청년 작가'를 졸업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사진설명 = 심화(心花), 60x50cm, 수제한지+수묵+석채+옻칠+순금,자개, 2011. > "지금까지가 쉼 없이 다양한 실험과 모색을 해가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청년 작가'를 벗어버리고 예술가로서 자신을 책임지고 저만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경지에 들어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번 전시에 맞춰 30여 년간 그린 수천 점 중 700여 점을 화집으로 묶어냈고 그림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담은 시와 산문, 그림을 엮은 에세이집 '그림 속에 놀다'(나무생각)도 펴냈다. "60대에는 '청년 작가'를 벗고 70대에는 많은 사람이 바라봐주는 그런 예술세계를 갖고 싶습니다. 80대까지 삶이 허락된다면 '우리다움'을 치열하게 추구한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전시는 3월13일까지. ☎070-7404-8276. 연합뉴스 2.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