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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효 작가의 우주, 자연, 생명의 조화로움에 대한 관조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15-06-02 17:08     조회 : 1783    
임 효 작가의 우주, 자연, 생명의 조화로움에 대한 관조
본질로부터 비롯된 수묵과 한지의 발현


양평으로 가는 날, 유난히 화창했다.
파란 하늘 아래 맑은 공기 그리고 푸르른 산까지 모든 것이 한 폭의 그림같았다.
그림 속에서 작품을 창조하는 예술가 임 효.
그와 교감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강하의 산수에 반해 터를 잡았다는 그의 말처럼 작업실은 물이 맑고 산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작업실을 방문한 첫 느낌은 ‘아! 단 시간에 만들어진 느낌이 아니다’였다. 그의 작품과 재료들이 즐비하고, 작품 하나하나의 느낌도 달랐다. 오랜 시간동안 임 효의 뜨거운 열정과 감성이 차곡차곡 쌓인, 예술적 감성이 묻어나는 장소임에 틀림없었다.

임 효 작가와 작품의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의 손목이 눈에 띄었다.
“하도 작업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도구로 한지를 두드리는 작업 때문이죠. 계속 두드리다보니 손목이 시큰거리고 아프네요”
그 고통은 작품을 위해 멈추지 않는 그의 열정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통증에도 불구하고 그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차분히, 그리고 나긋이 이어나갔다.
“초기에는 다양하고, 밝은 느낌을 주는 색을 사용해서 작업을 했어요. 하지만 최근 만물과 본질에 대한 탐구를 하면서 좀 더 깊은 내면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원초적인 것에 집중하게 된거죠. 그래서 작품들이 이전의 것들과는 달리 어둡고, 차분한 감성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자연과 생명의 조화
임 효 작가의 작품은 모든 만물의 근원인 우주의 생성과 자연, 생명과의 조화와 교감을 다루고 있다.
“이 세상과 교감하지 않으면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못하고,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못하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네가 있어야 내가 있고, 하늘이 있어야 땅이 있듯이 세상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것이 바로 생명들인 것이죠. 저는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지만 그것들이 연결된 것이 세계라는 세계관으로 작품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늘, 교감, 연기, 마음의 흐름, 관계 등 이 모든 것이 작품의 화두가 되었어요. 그림을 그린 지 40년이 되어가지만 예술가의 길은 여전히 아프고, 힘들고, 고독합니다”

두터운 한지를 여러 겹을 쌓고 수묵과 옻칠을 활용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만지고 두드려 작품에 정성을 다해낸다. 이 것이 임 효 작가의 표현 방식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위적인 기교와 조형이라는 작위를 덜어냈다. 오로지 한지와 옻이라는 재료의 특성에 자신이 노동을 통해 확보한 시간을 더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독특한 화면을 창출해 낸 것이다.


미술평론가 김상철 교수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관조와 사유의 조형적 표현’이라는 글을 통해
“한지의 원료들을 직접 다스려 종이를 뜨고 이에 옻과 수묵을 더하는 작업과정은 그의 작업에 있어서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형식이자 내용이다. 한지를 두드려 연접하고 펼치는 수공의 작업은 마치 무딘 정으로 바위를 쪼개는 과정과도 같다. 이에 옻을 더해 칠하는 과정을 그는 ‘들임’이라 형용한다. 절로 배어 들어가 합체되어 안착됨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수묵을 통해 형상을 구축하고 운(韻)을 형성하는 과정은 바로 자연에 의해 이루어진 무작위의 바탕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지를 더하여 무게와 깊이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딘 막대기로 흙벽을 파듯 거칠고 둔탁하다. 손끝에서 발현되는 재주와 순간적인 재치를 지양함이 역력한 작업 흔적들은 스스로 예리한 칼날을 갈아 무디게 만드는 것과 같다.
이는 임 효 작가의 작업이 기교를 통한 현상의 표출이 아니라 본질적인 것에 육박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극명하게 표출되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임 효 작가는 “내가 죽고 난 후에 제 그림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한두 명이라도 이 사람은 이렇게 이런 생각을 옮겨 놨구나 하고 쳐다봐 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겠지만 내 그림을 통해 누군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화가 인생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다.

예술은 예술로 끝나지 않는다. 예술이라는 꽃의 향기는 세상으로 퍼져 어떤 이에게는 삶의 의미가, 어떤 이에게는 희망이 될 것이다. 세상은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 인연이 쌓이고 쌓여서 바뀌는 것이다. 그가 세상에 남긴 예술과 인연은 만 가지 꽃이 되어 어디선가 다시 피어날 것이다.


문암 이시완
“화가는 세상의 모든 존재를 미학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탐구하여 그 실체를 그려내는 예술가이다. 그런데 보이는 사물의 외연보다 사물의 외연에 숨겨진 본질을 그려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임효는 보이지 않는 본질을 그리는데 천착해 있는 화가다”


시인을 위한 붓질
임효

창밖은 어둠 속에서도 흐린 수채화를 그려 놓은 채 말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 시인은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 시어詩語를 줍고 있겠지
세월의 자국에 상처 난 가슴을 조금씩 쓰다듬으며
가을날 밀려드는 안개처럼 기억 파편들이 넘실대며 춤을 춘다
밀려드는 지나온 시간의 일상들을 그리기 위해 추억의 붓을 든다
미소도 그리고, 설렘도 그린다.
그러다 만들어 낸 슬픈 빛깔의 그림은 썰물에 실어 보내고
새로 마련한 하얀 캔버스를 마주하며
내일 그릴 초상화의 주인공을 위해 마음이 만든 물감을 뒤섞고 있다
어느 시간뒤에 찾아올 밀물 같은 열정의 붓질을 위해


임 효 [林 涍]
1981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1985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7회 동아미술상과 13회 선 미술상을 수상

[1983년 첫 개인전을 연 이후로 현재까지 서울과 미국, 독일 등에서 스물 두 번의 국내외 개인전과 상하이, 쥬리히, 피아, 바젤, 이스탄불, 한국 아트페어 등 국제적인 아트페어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 현대 미술의 오늘과 내일전 등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 300여회를 가졌다.]

주요 작품소장
유엔 ESCAP본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전주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홍익대학교 박물관, 한양대학교 박물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한국은행, 금호미술관, 외무부 청사, 고은 미술관, SK연수원, 제주 기당미술관, 삼성의료원

피플투데이 5월호에서 옮긴 글
이지희 기자 peoplejh@epeopletod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