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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共ㆍ觀ㆍ緣’ 한량없는 선에 담다임효 작가, 블룸비스타 기획초대전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17-06-15 18:23     조회 : 793    
‘共ㆍ觀ㆍ緣’ 한량없는 선에 담다임효 작가, 블룸비스타 기획초대전



부처님의 ‘사성제’ 가르침을 표현한 작품 ‘고집멸도(苦集滅道)’. 임 작가는 푸른색 배경 뒤에 <신묘장구대다라니경>을 3번에 걸쳐 옮겨 적어 선의 극치를 표현했다. 227×94cm, 선지ㆍ수묵ㆍ옻칠, 2017

“이제는 작업이 힘에 부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슈퍼마켓에서 장사하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아직 붓을 들고 있으니까요.” 웃으며 얘기하지만 오른쪽 관자놀이에 붙인 자석이 그동안 노고를 그대로 드러낸다. 임효 작가(62) 이야기다.


7.1~9.30 신작 외 30여점 전시
‘고집멸도’ 등 선지 작품 ‘눈길’
禪세계 더욱 깊어져 기대 모아
“물상 떠나지 않으며 떠나있어”


2012년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지나치게 몰두해 자신을 혹사시킨 나머지 얼굴 오른쪽이 마비됐다. 그 후에는 종이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겁이 났다. 붓을 드는 것조차 망설일 정도였다. 하지만 임 작가는 붓을 꺾는 대신 조금 힘을 빼기로 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두꺼운 수제 한지는 잠시 제쳐두고, 선지(宣紙)를 펼쳤다. 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작품 속에 담긴 의미는 더욱 깊어진 ‘선(禪) 중의 선’으로 거듭났다.

“화가에게는 ‘변화의 때’가 찾아옵니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도 노환으로 그림 그리기가 힘들어지자 가위질을 시작했잖아요. 저도 화풍에 조금 변화를 주었습니다. 오직 붓을 계속 들기 위함입니다.”

7월 1일부터 양평 현대 블룸비스타 1층에서 임효 작가의 기획초대전 ‘공(共)ㆍ관(觀)ㆍ연(緣)’이 개최된다. 임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고집멸도(苦集滅道)’ ‘공심(共心)’ ‘연(緣)’ 등 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공심(共心)’. 274×172cm, 수제한지ㆍ옻, 2017

임 작가의 작품들은 면면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가만히 뿜어내는 심오하고도 묵직한 느낌이 있다. 어딘가 고독하고 추상적인 듯하지만 한 획의 선, 점 하나까지 허투루 그린 법이 없다. 그 숨겨진 의미를 알고 나면 경외심마저 든다.

그 중에서도 ‘고집멸도’는 사성제(四聖諦)의 가르침을 담은 작품이다. ‘고(苦)’는 빨간 피로, ‘집(集)’은 상형문자로, ‘멸(滅)’은 둥근 달로, ‘도(道)’는 부처가 가부좌를 틀고 참선에 든 모습으로 표현했다. 언뜻 이 네 가지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백미(白眉)는 푸른색 배경에 감춰져 있다. <신묘장구대다라니경>를 한글발음으로 3번 옮겨 적었다. 그 위에 옻칠을 여러 번 반복해 드러나지도, 감춰지지도 않은 깨달음의 세계를 나타냈다. 오묘한 기운이 마치 한량없는 우주 한 가운데 서있는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연리지1 연(緣)’은 평소 인연을 중요하게 여기는 임 작가의 가치관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다. 무수한 점들과 네모를 이룬 선들은 세상을 이루는 수많은 인연들을 표현했다. 수묵으로 곧게 뻗은 연리지 나무는 “너와 내가 다르지 않는, 우리 모두 본래 하나”라는 것을 나타낸다고 임 작가는 설명한다.


‘연리지(A branch-fused tree)1 연(緣)’. 124×158cm, 선지ㆍ수묵ㆍ옻, 2016


이러한 임 작가의 작품들에 대해 김찬호 경희대교육대학원 주임교수는 “자연 물상의 근원을 찾아 현대 추상화에 독자적으로 접목시키는 조형적 실험의식이 느껴진다. 형제의 골격 또한 역설적이게도 물상을 떠나지 않으면서 떠나 있다”면서 “그의 작품은 현상을 보면 현상이 보이고, 이미지를 보면 이미지가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임 작가가 화단에 들어선지 어느덧 35년의 세월이 지났다.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하지만 임 작가는 여전히 고정된 틀 없이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는데 서슴없다. ‘자신만을 위한 그림’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매일 작업 전 지구상의 모든 만물을 위해 기도도 한다. 끝없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임 작가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매일 수행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합니다. 제 마음을 담아야 그림을 본 사람들의 마음도 울릴 수 있겠지요. 아픈 이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도울 수는 없지만, 붓을 놓는 그날까지 그림으로 치유를 주는 작가이길 바랍니다.”

7월 1일 개막식은 오후 4시 시작된다. 일점 김환수 선생의 대금 연주와 향산 강재일 교수의 시조창 무대가 식전 공연으로 마련됐다. 또한 7월 22일, 8월 12일, 9월 2일 공연과 김찬호 경희대교육대학원 주임교수의 작품소개 시간이 이어진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임효 작가


임효 작가는 전북 출생으로 1981년 홍익대 미술대 및 1985년 동대학 교육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1986년 과천국립현대미술관 개관기념전에 출품하며 한국화단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현재 유엔 ESCAP본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전주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한국은행, 금호미술관 등에 주요 작품이 소장돼 있다. 특히 상하이ㆍ취리히ㆍ바젤ㆍ파리ㆍ이스탄불ㆍ피아ㆍ싱가포르 등 전 세계 국가에서 전시회를 열며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박아름 기자 현대불교신문 2017.06.15일자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