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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문화회관 전시(2005.7.11)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6-01-23 09:58     조회 : 2266    
실험과 창작…한국화의 ‘변신'

[ 경향신문 2005.07.14 17: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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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 끊임없는 실험과 왕성한 창작열을 가진, 올해 나이 오십줄에 접어든 한국화가다. 수묵과 채색, 그리고 한지작업. 엊그제 실경산수를 하는가 했더니, 흙을 만지다가 금세 종이를 만들고 쌓는다. 그런 그가 30년 작업을 정리하는 개인전을 14~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연다.

전시 제목이 ‘임효의 어제와 오늘'이지만 회고전이 아니다. 오늘의 작업을 설명하자니, 자연 그간의 변화과정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정신없이 달려온 그림역정을 설명하는 데 130점의 그림이 걸렸다. 하지만 일관된 주제는 ‘자연과 상생의 신화'다.

1975년, 홍익대 2년때 수묵부터 전시는 시작된다. 80년대 들어서는 채색과 아크릴 등 재료의 확산을 꾀하다 90년대부턴 질박한 흙을 만지며 도(陶)부조를 만들고 다시 한지의 고운 살결에 매료돼 한지작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다양한 변화를 모색한다.

“지난 10년간의 한지작업은 역동성과 다양성의 원동력이 되었고, 몇 년 전 인도여행 중에 만난 유적들은 조형성과 상상력의 근원이 됐지요. 저는 그것을 ‘시간의 벽'이라 부릅니다.”
벽.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가 낙서로 남아있는 벽. 작가는 벽에서 시간의 개념을 불러낸다. 수천수만명의 영혼만큼이나 개별적이고 독특한 낙서들. 인종과 종교, 지역과 시대를 초월한 ‘인도의 벽'은 작가의 ‘철학적 벽'과 같은 조형의 개념으로 다가왔다. 그가 80년대 활달한 필치로 그려낸 ‘홍도의 벽'과도 맥을 같이 한 것이다.

그의 근작에선 장맛 같은 구수함과 솔직·담박한 맛이 함께 난다. 종이 원료를 물에 우러낸다하여 ‘우림 산수', 종이에 물을 들였다하여 ‘들임 산수'라 붙인 이름들은 또 얼마나 정겨운가. 한지에 옻칠한 작품이 있는가하면 장판지 기법의 작업도 있다.

이 역시 작가가 부닥치고 있는 ‘시간의 벽'이다. 그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생성과 소멸, 즉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들을 신화적 세계로 끌어올린 것이 그의 작업이다.

이 디지털 시대에 닥원료를 발로 뜨고(발뜨기), 두드리는(도침) 방법으로 전통 수제 한지를 만들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내 작품의 변화는 ‘시간의 벽'에 담긴 궁극의 본질을 찾기 위한 과정입니다. 애벌레는 고치를 틀고 하나의 생을 마감한 뒤에 나비로 태어나죠. 이번 전시는 나의 변화속에 숨어있는 애벌레를 찾기 위함입니다. 내일이면 날아오를 제 예술의 나비죠.”

전시장은 3개 관으로 꾸며진다. 수묵관, 채색관, 그리고 한지관이다.


전시 수익금은 고려대 정보통신관 건립에 보탠다고 한다. 작가가 고대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을 수료했기 때문이라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이래저래 눈길 끄는 전시다. 15번째 개인전이다.

(02)399-1114
〈이용 미술전문기자 lyon@kyunghyang.com〉